도은아, 오늘이 꼭 1년이 되는 구나. 천국에 갔다는 말을 굳이 쓰기가 어색하고 힘들구나. 단지 이별해 있는 시간인데 다시 만날때까지 한번도 이승에서는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겠지.
오늘은 기일이라고 하구나. 도은이가 흰 가운에 쌓여서 누워있고 엄마 할머니 오빠 이모가 모두 오열하던 작년 6월 16일 아침.
1년이 지났지만 그 기억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아직도 마음아픈 진한 그림으로 남아 있구나.
아빠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회사를 다니고, 오빠는 고등학교에 가고 , 집은 안산으로 이사하고. 등등 몇 가지가 바뀌었구나.
제발 이사가게 해서 도은이의 방을 갖고 싶다고, 아빠 사업 잘 되어서 같이 살자고, 집안 평화롭게 해달라고 한 도은의 작은 기도쪽지를 아빠가 수첩에 항상 가지고 다닌단다.
그 기도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가슴아프고, 작은 소원이었는데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엄마, 오빠 그리고 아빠. 항상 하는 말이 너무너무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없구나.
재작년 여름에 수빅에서 요트에서 활짝웃던 도은이의 모습. 라이스 테라스에 올라가면서 아빠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하며 찰랑찰랑 뛰어 올라가던 모습.
아직 눈만 감으면 생각나는구나. 아침 전철을 타고 갈때 눈감으면, 자기전 눈감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모습들이란다.
지난주에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단다. 유진이 승하 지수. 도은이와 같이 학교에 다닐때는 한 번도 오지 않았는데 도은이가 없는 집에 놀러 왔었단다.
스케지북에 친구들이 많은 메세지를 전해 왔더구나. 아빠가 여기 홈페이지에 올려줄께.
아빠가 몰랐던, 도은이의 좋은 모습들을 친구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더구나. 잘 웃고, 친구들을 이해해주고, 물을 자주 마시고, 노래를 좋아하고..
천국에 있는 도은이. 다른곳에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단다. 이것만이 우리가 다시 만날 유일한 약속이니까.
이 세상에서 선을 행하고 하나님의 뜻을 행하면 천국에 있는 우리도은이의 지경이 넓혀진다고 엄마가 말하더구나.
아빠의 작은 소망은 우리 도은이의 이름을 딴 학교를 세우는 것이란다.
멀고 아련해 보이지만 한 번 해 볼께.
지난 2주동안 저녁을 먹지 않았는데, 오늘로 마지막으로 할련다. 도은이가 병원에서 3주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단다.
오늘 하루도 천국에서 잘 지내고, 아빠랑 항상 만나자. 눈만감으면 되니까.